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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노원구, 독거·저소득 어르신 위해 야간 쉼터로 호텔 제공
“통풍 안 되는 원룸에서 먹통 에어컨…시원한 여름밤 기쁘다”
“여기(로비)부터 벌써 시원하네”
중복을 맞은 21일 저녁 6시30분 서울 노원구의 한 2성급 호텔. 체크인하기 위해 짐을 든 사람들이 5분 마다 호텔 문을 열었다. 로비에서 이들은 체온을 측정하고, ‘웰컴 키트(환영 물품)’로 과자와 컵라면, 사탕 등 간식을 받았다. 흔한 호텔 로비 풍경 같지만 한쪽에 세워진 ‘폭염특보기간 어르신을 위한 야간 무더위 쉼터 운영’이란 안내판을 보면 풍경이 달라진다. 이날 호텔을 찾은 이들은 노원구에서 혼자 살거나 기초수급생활자인 65살 이상 어르신들이었다. 이들은 “나같은 사람도 호캉스를 한다”며 밝은 표정을 지었다.
2018년 폭염으로 지자체들은 홀로 사는 어르신 등을 위해 야간 무더위 쉼터를 도입했다. 당시 노원구청은 구청 대강당에 텐트를 설치해 야간 무더위 쉼터를 마련했지만 지난해 이를 운영할 수 없었다. 코로나19에 따른 거리두기로 한 공간에 사람을 모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에 노원구는 지난해부터 폭염 취약 계층인 어르신들을 위해 호텔 객실 50곳을 야간 무더위 쉼터(안전숙소)로 운영 중이다. 코로나19로 빈 호텔객실이 늘어난 것에 착안한 아이디어다.
구청이 시세보다 저렴한 객실당 4만4000원을 호텔에 지불하고 객실을 무더위 쉼터로 쓴다. 객실 1개당 어르신 1명이 저녁부터 다음날 아침 7시까지 머무를 수 있다. 부부는 함께 숙박도 가능하다. 일 최고 체감온도가 33도 이상인 상태가 2일 이상 지속하는 폭염주의보 등 폭염특보가 발효되는 날이면 평일, 공휴일 가리지 않고 운영된다. 지난해보다 폭염이 더 빨리 찾아온 올해는 지난 13일부터 이날까지 183명의 어르신에게 호텔 방이 제공됐다.
지난해 지역 자원봉사센터를 통해 이러한 제도를 알게 돼 이용하고 있다는 박씨는 “에어컨도 빵빵하고 텔레비전으로 트로트 가수들 나오는 프로그램도 볼 수 있어서 좋다”고 말했다. 남편과 함께 온 조아무개(79)씨는 “산 지 17년 된 에어컨은 켜도 먹통이 되기 일쑤고 선풍기도 돌아가다 멈추기를 반복한다”며 “내 집이 제일 편하지만 더위를 참기 힘들어 호텔 쉼터를 처음 신청했다”고 말했다. “혼자 산 지 30년이 넘었다는 김아무개(72)씨도 “통풍이 잘 안 되는 작은 원룸에 살다 보니 여름이면 금세 속이 답답해진다”며 “이런 좋은 아이디어 덕분에 나 같은 사람도 호캉스를 누릴 수 있다는 게 참으로 감사한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오늘은 더위 걱정 없이 신문 읽고 텔레비전 여행 프로그램을 보다가 자려 한다”고 웃었다.
안혜경 노원구청 어르신복지과 어르신친화도시팀장은 “희망하는 어르신들의 숫자가 수용 인원을 웃돌고 있다. 객실이 모자랄 것을 대비해 다른 호텔과도 쉼터 운영을 계약했다”며 “재이용률도 높아 코로나19가 종식돼도 호텔 쉼터 운영은 계속할 것 같다”고 말했다.
http://n.news.naver.com/article/028/00025535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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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n.news.naver.com/article/028/00025535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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